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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포기하고 운동? 근육은 과연 자랄까? 

헬스장에선 흔히 이런 장면을 본다.
밤새 야근하고, 커피로 눈을 부릅뜬 채, 무거운 바벨을 드는 사람. “오늘은 하체 불태우는 날이니까”라며 스쿼트 랙에 선다. 하지만 이런 날, 과연 운동이 원하는 효과를 낼까? 특히 ‘근육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수면과 근육 합성, 무슨 관계?
근육은 헬스장에서 커지고, 집에서 자면서 완성된다. 과학적으로, 근육 성장의 핵심은 ‘근단백질 합성(Muscle Protein Synthesis)’이다.
문제는, 이 합성 과정이 수면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하루 5시간 이하로 잔 사람은 8시간 잔 사람보다 근단백질 합성 효율이 현저히 떨어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면 중 분비되는 성장호르몬(GH)과 테스토스테론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성장호르몬은 근육의 회복과 재건을 촉진하는 ‘공사장 감독’ 같은 역할을 한다. 테스토스테론은 근육 단백질을 쌓아 올리는 ‘건축 자재’다. 잠을 충분히 못 자면, 감독은 결근하고 자재 공급도 끊기는 셈이다.

그렇다고 잠 못 잤으면 운동 쉬라는 얘기?
꼭 그렇진 않다. 수면이 부족한 상태에서도 운동은 여전히 많은 이점을 준다. 혈류 증가, 칼로리 소모, 신경근 적응(Neuromuscular Adaptation) 등은 여전히 발생한다. 하지만 ‘근육 사이즈를 키우는 목표’라면,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 연구에선, 수면을 3일간 4시간으로 제한한 그룹과 정상 수면 그룹을 비교했다. 두 그룹 모두 동일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지만, 수면 부족 그룹은 근육 단백질 합성률이 평균 20% 이상 낮았다. 회복 속도도 더뎌, 근육통이 오래 갔다.

수면 부족 상태에서 운동할 때 나타나는 문제
회복 지연 – 근섬유의 미세 손상이 오래 지속된다.

호르몬 불균형 –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 증가 → 근육 분해 촉진.

집중력 저하 – 폼이 흐트러져 부상 위험 증가.

퍼포먼스 감소 – 중량과 반복수 모두 떨어짐.

즉, 같은 운동 강도를 주더라도 근육이 받는 ‘좋은 자극’은 줄고, ‘나쁜 스트레스’는 늘어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날 잠이 부족하다면, 강도 대신 기술·자세 위주의 세션으로 조정하라. 예를 들어, 무거운 스쿼트 대신 템포 스쿼트나 가벼운 웨이트로 폼을 다듬는 것.

운동 후 낮잠도 효과적이다. 20~40분의 파워냅은 성장호르몬 분비를 약간 회복시켜준다.

영양 보충은 필수. 특히 단백질과 복합 탄수화물은 회복에 도움을 준다.

수면 부채 갚기. 가능하면 다음날 8시간 이상 자서 회복 주기를 맞추자.

결론
잠은 근육 성장의 ‘숨은 1RM’이다. 웨이트에서 중량을 올리는 것만큼이나, 숙면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면이 부족하면, 빡세게 운동해도 근육 합성률은 떨어지고 회복은 느려진다.
다만, 잠이 부족하다고 완전히 운동을 건너뛸 필요는 없다. 대신 강도를 낮추고, 회복 전략을 세워 ‘다음 세션’을 위해 몸을 준비시키는 것이 현명하다.

근육은 헬스장에서만 자라지 않는다. 침대 위에서, 조용히, 그리고 깊이 자랄 준비를 한다. 오늘 밤만큼은, 덤벨보다 이불을 먼저 들어 올려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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